천록맹 소속 전원은 지금 즉시 여량산 일대에 펼쳐져 있는 모든 경계망을 풀고
맹내로 귀환, 평상업무에 임할 것. 어떤 사태가 발생해도 일체 동요하지 말 것. 개의
대문과 열일곱 개의 중문 中門 을 모두 개방할 것. 기업이사비용 진귀한 술과
특미의 요리를 갖춘 주안상을 연무장에 차려 놓을 것.
그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지시사항이었다. 이사할때해야할일 오기로 한
날이다. 초특의 비상령이 내려져도 시원찮을 판국이었다. 말들인가 대제는 녹림을
몽땅 넘겨 주기로 작정했단 말인가 포장이사입주청소 명령은 이미 내려졌고,
거기엔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명령사항들을 시행했다. 여량산과 백여 리 떨어진
연운대평원. 아침 햇살 아래 대평원의 한 귀퉁이에선 무수한 창검 槍劍 이 하늘을
찌를 듯 번뜩거리고 있었다. 일견 오백은 족히 넘어 보이는 기마대의 무리들이었다.
경상북도 영천시 창구동 38853
그들은 수평선을 그리듯 일렬로 나란히 도열해 있었다. 이사할때해야할일 마치
수백의 석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슴에선 한결같이 금빛 수실로 수놓아진
글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원룸용달 펼럭이는 십여 개의 깃발에도 똑같은
금빛의 다섯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눈빛이나 범상치 않은 기도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깃발들은 그들의 신분을 너무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소속의
정예고수들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유난히 눈에 띄는 다섯 필의 흑총마가 나란히
서 있었다. 하나같이 태산을 등에 진 듯 예사롭지 않았다. 눈에 띄는 한 백의노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