듯한 고봉이요, 끝간 데 알 길 없는 수천 길 절벽단애들이었다. 쏟아지고 있었다.
실험실이사 이쯤 되고 보면 사람이 이런 곳을 지난다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험악한 계곡
안을 마치 물 흐르듯 미끄러져 가는 인영 하나가 있었다. 뻣뻣이 선 채 양 어깨만 가볍게
움직일 뿐인데도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평지를 날 듯 조금도 거침없는 신법이었다.
이토록 괴이한 용모를 지닌 인간이 또 있을까 보통 사람만 했다. 이삿짐화물차 얼굴은
정확하게 둘로 나누어져 극과 극의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반쪽은 흉측하기 이를
데 없는 사내의 얼굴, 나머지 반쪽은 미치도록 아름답고 고운 여인의 얼굴이었다.
그렇다. 천사의 얼굴과 악마의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 인물, 괴이 함을 넘어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 이삿짐추천 제아무리 유쾌하게 웃고 있던 사람도 이 얼굴을
본다면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지고 말 것이다.
충청북도 단양군 어상천면 방북리 27016
속도로 신형을 날렸다. 이삿짐화물차 굳은 듯 신형을 멈추었다. 3.5톤이사 앞쪽, 한 구의
시체가 눈 속에 쓰러져 있었다. 붉은 홍의에 한쪽 팔이 없는 여인의 시신. 이미 숨은
끊어졌으나 요염한 얼굴이 가히 우물이랄 수 있는 자태였다. 괴인의 무섭고 아름다운 양
눈에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 설유흔을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던 초극살수를.
그녀가 이 황량한 계곡 속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되찾더니 신형을 다시 쏘아
갔다. 오십여 장 쯤 나아갔을 무렵이었다.
한 인영이 뾰족한 나뭇가 지에 선 자세로 가슴이 찔린 채 죽어 있었다. 이삿짐화물차
외팔이 인물.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사무실소형이사 당금 천하에 혈적주와 비랑을
동시에 죽일 수 있는 인물은 불과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 엄청난 고수였단 말인가
얼음장처럼 냉막하게 경직되었다. 괴인의 바로 등 뒤에서 돌연 창노한 음성이 들려 왔다.
피가 싸늘히 식어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몰랐다는 이유 때문이었고, 둘째는 지금까지
천하의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는 자신의 진면목을 노출시킨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