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던 것으로 돌아간다. 표정으로 물었다. 제삿날이었다고 말할까요 정각 자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잔칫상을 차리려면 아무래도 요리사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들은 아무도 우릴 볼 수 없을 테니까. 지게차이사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엄청나게 큰 소리였다. 공포를 쏟아 내려는 듯 그외침성은 계속 이어졌다.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사람처럼 외쳐댔다. 곰 발바닥과 웅장, 상어 지느러미는 물론이요,
닭이란 닭은 있는 대로 다 잡아라 술은 금존청 金尊淸 과 옥호춘으로 대령할 것이며
아무튼 나는 지금 몹시 심심하고 배가 고프단 말이다 이 허수아비 같은 자식들아 자신이
이토록 위험지경에 처하도록 전혀 방비하지 못한 수하들의 무능력에 분통을 터뜨리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밖에서 정신 없이 주문을 받아 적는 수하는 내심 이렇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서류보관 에구, 내일 당장 여길 때려치우고 떠나든지 해야지. 저런 미친 놈 밑에 있다간
나까지 돌아버리겠군. 1인포장이사 날뛰는 왕극륜을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옆에
놓여 있는 금쟁반의 청포도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경상북도 예천군 보문면 독양리 36812
하나를 똑 따서 입 속에 넣더니, 우물거리며 뇌까렸다. 서류보관 탐관오리가 성대한
잔치를 벌여 주고, 밖에서는 수천의 군졸들이 철통같이 지켜 준다. 3톤이사 냉자기를
돌아다보았다. 처음으로 가느다란 미소가 번졌다. 생각을 해냈습니다. 존대어, 그리고
낯선 칭호가 오고 간다. 몇 년 사이 필시 칠 인 사이에 어떤 묵계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어쨌든 이 밤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분명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각, 밤의 다른 한 귀퉁이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곳일수록
먹고 사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