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짚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공력을 잔뜩 움켜쥔 채
외쳤다. 할 것이다 이사하기 날렸다. 해도 호철위의 장력을 맞는다면 두부처럼
으깨지고 말것이다. 한 가닥 온화한 음성이 들려온 것은. 놈을 죽이면 세인들은
검황부를 비웃을 것이다.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땅이 일
장이나 움푹 패였다. 아는지 모르는지 광화사 백현릉은 여전히 낮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곳에 와 있었구나 크흐흐 원수를 목전에 두고
등을 돌리는 것은 그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아버님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돌았다. 이사노하우 이겨낸 것이다. 애당초부터 검황부는 만박서생 백현릉이
미쳐버린 것을 의심하고 있었다. 단 하나, 무림대의를 위해서였다. 반포장이사란
무림이란 비정하기 그지없다. 복수와 살인의 긴장 속에서 한시도 방심하지 못한 채
마치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위태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위해 자신의 운명을
던진 인간 백현릉은 보통 무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내리 12569
저녁 무렵의 홍선방은 몰려드는 풍류객들로 한창 붐비고 있었다. 이사노하우
홍선방의 주인 장소육은 지금 밀려드는 손님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한 괴인을
상대로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입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 글쎄 못생긴 마누라의
초상화 따위는 그릴 필요 없단 말이야 어서 꺼지지 않으면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
냉큼 꺼지지 못하겠느냐 기업이사전문업체 화가의 주접에도 화가 치밀었지만 그의
볼품없고 펑퍼짐한 마누라의 초상화를 상상하자 견딜 수 없는 수치감이 솟구쳐
올라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